학력의 벽, 서서히 허물어지는 채용시장의 풍경


 15년 동안 IT 분야에서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다양한 기업의 채용 기준 변화를 지켜봐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근 한 대기업 계열사 인사부와의 미팅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인상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10년 넘게 파트너십을 유지해 온 이 회사는 처음에는 이른바 인서울 대학 출신만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 기준이 인서울 대학과 지방 국공립대학까지로 확대되었고, 이번에는 전문학사 학위 소지자도 추천 대상에 포함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다만 이 경우 합격 시 총경력에서 이 년을 차감한다는 단서가 붙었습니다. 십 년 넘게 이 회사의 채용 기준 변화를 곁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러한 변화가 갖는 의미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인서울에서 전문학사까지, 변화의 궤적

채용 기준의 변화 과정을 되짚어보면, 이는 단순히 한 회사의 정책 변경이라기보다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반영하는 하나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출신 대학의 서열이 사실상 지원 자격 자체를 결정했습니다. 이후 지방 국공립대학까지 문호가 넓어졌고, 이제는 학사 학위가 아닌 전문학사 학위 소지자에게까지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진행되어 온 흐름입니다. 특히 IT 업계는 실무 역량과 문제 해결 능력이 직접적으로 성과에 반영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학력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문화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자리 잡아 온 측면이 있습니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구조적으로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채용 시장의 현실이 있습니다. 특정 학력군에만 채용 문호를 한정할 경우, 기업이 접근할 수 있는 인재 풀 자체가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실제 현업에서 성과를 내는 인재들 중 상당수가 반드시 명문대 출신은 아니라는 경험적 데이터가 인사 담당자들 사이에서 축적되어 온 것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여기에 더해 사회 전반적으로 학벌 중심 채용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고, 공정 채용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제도적 압력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년 차감 조건이 말해주는 것

다만 이번 사례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전문학사 소지자에게 기회를 확대하면서도 총경력에서 2년을 차감한다는 조건을 붙였다는 점입니다. 이는 이 회사가 여전히 학력에 따른 차등적 가치 판단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문은 열어주되,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데 걸리는 기간만큼의 격차는 여전히 인정하겠다는 절충적 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부 개방은 완전한 학력 철폐라기보다는, 기존의 서열 의식을 일정 부분 유지하면서 실용적 필요에 따라 문호를 넓히는 과도기적 형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차감 조건 자체가 또 다른 형태의 차별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런 시각도 충분히 타당성이 있습니다. 동시에 아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던 이전 상황과 비교하면 분명한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 변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러한 흐름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에 대해 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학력에 따른 벽이 낮아지는 방향 자체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역량과 실무 능력이 출신 학교보다 더 중요하게 평가받는 사회는 장기적으로 더 건강한 인재 생태계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IT 분야처럼 결과물로 실력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영역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완전한 형태로 정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사례에서 나타난 경력 차감 조건처럼, 기회의 확대와 기존 서열 의식의 잔존이 동시에 나타나는 과도기적 모습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방향성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완전한 형태들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함께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채용시장에 대한 전망

헤드헌터로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의 속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점진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성은 분명해 보입니다. 앞으로 채용시장에서는 출신 학교나 학위 종류보다 실제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과 실무 경험, 문제 해결 능력이 더욱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오늘 다룬 사례처럼 완전한 평등이 아닌 조건부 개방의 형태들이 당분간 계속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과도기적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저는 앞으로도 학력이 아닌 역량 중심의 채용 문화가 더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고 실천해 나가고자 합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분명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이 흐름이, 결국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정한 기회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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