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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under Pressure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미국, 영국, 호주 사람들의 이력서를 보다 보면 가끔 "Working under pressure"라는 표현을 볼 수 있다. 압박을 받는 업무 환경에서도 잘 견디면서 꿋꿋하게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말로 하면 근성이나 끈기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인데, 분명히 긍정적인 자기 PR이다.
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간혹, 이런 말을 '갑질에 대한 굴종', 혹은 '비인간적인 회사나 상사의 학대에 대해 견디는 비참함' 같은 것으로 오해해서 받아들이는 경우를 간혹 볼 수 있다.
내가 "그런 뜻이 아니다"라고 말하면, "말은 다 그렇게 해도, 현실은 분명히 자기가 말하는 대로 다 그렇다"라고 우기면서,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자기 확신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학대일까? 업무지시일까?
예를 들어, 9 to 6로 일하는 보통 직장이 있다고 해보자, 일을 하다 보니, 타부서에서 진도를 못 맞춰서 '납기'가 촉박해지자, 회사가 오후 6시 이후에 2시간 정도씩만 이번 프로젝트를 마칠 때까지 '잔업 overtime work'을 하자고 직원들에게 권했다고 해보자
물론 그 잔업에 대한 수당은 당연히 시급 1.5배로 지급한다. 그런데 나는 저녁 7시부터 '영어학원' 혹은 '취미 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정말 좋아하고 재밌어 한다.
그 상황에서 이 '잔업'을 거부하고 학원에 가는 것이 당당한 것일까? 그것을 비난하는 '상사'가 갑질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할 수도 있는 '업무지시'일까? 여기서 그 학원을 그만 끊는 것이 '굴종 혹은 비참함'일까? 아니면 직장인이라면 '당연한 것'일까??
타부서에서 진도를 못 맞췄다면 분명히 '내 잘못'이 아니다. 근데 왜 내가 잔업을 해야 하는 걸까?? 나는 너무 억울하고 개인생활이 침해받는 것이 분하다. 당연히 거부할 수 있고, 거부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왜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걸까??
면접
요즘은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면접관들이 꽤 많아지고 있다. "회사에 화급한 일이 생기면 오버타임 워크를 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 좀 참여해 줄 수 있나요??" 왜냐하면 그런 일을 거부하는 직원들 때문에 골치를 겪는 일이 자꾸 늘어나기 때문이다.
퇴근 후에 '취미나 어학' 활동을 못 하게 되는 건 좀 가벼운 압박에 속하지만, 어린 자녀가 7시쯤 '돌봄 학원'에서 '퇴원'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상당히 '무거운 압박'이 될 수 있다. 그 부모는 반드시 그 시간쯤에는 집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런 경우들 때문에 '여사원'들은 일찍 일찍 귀가 시키고 '남자들' 끼리 모여서 '가족을 위해' 잔업을 기꺼이 하는 일들이 흔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식의 업무 진행은 '성차별'이 되기 때문에 함부로 하자고 말할 수 없다. "남성들이 먼저 귀가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에는 아무 모순이 없기 때문이다.
타협이나 협력, 협동 보다 '기계적 평등'에 집착하는 것은 '필요'에 의한 것이나, '피해의식'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역사적인 근거와 배경'을 가진 일이기 때문에 어느 것이 "옳다 혹은 그르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상사의 잘못
다른 면으로는 '업무지시'를 내리는 상사나 사장님들에게도 간혹 부지불식간에 저지르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편의점 알바를 가서, 아침에 편의점 앞 마당을 빗자루로 쓸고 있는데, 그 사장님이 "그 좌우 옆 가게들의 앞마당도 쓰는 김에 같이 쓸어 드리라"라고 말했다고 해보자
이 일은 간단한 일이고, 어차피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그 가게 사장님들과 직원들이 매일 우리 편의점에서 물건들을 팔아 주는데, "그 정도 일이야 해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업무 범위"를 넘어가기 때문이다. 퇴근시간만 같으면 그 안에는 아무 일이나 막 시켜도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회사 직원들을 사장님댁 머슴이나 몸종들과 비슷하게 일해야 했다. 그 댁에 김장이라도 하는 날이면 여직원들은 단체로 몰려가서 가사를 도와야 했고, 그 집에 집 수리라도 있는 날이면 '주말'에 남자 직원들이 마치 인부처럼 그 공사에 동원되는 일은 당연했었다.
그러다가 시절이 바뀌면서 그러면 안 되는 것으로 점차 안정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될 것"이 뻔한 데,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내가 월급 주는 직원이라고 해도 '업무 범위' 밖의 일은 시키면 안 되는 것이 맞다.
태도 논란의 문제점
이런 상황에서 가장 흔히 등장하는 것이 '태도 논란'이다. "좋아, 하기 싫으면 하지 마!, 근데 너는 그 태도가 뭐야? 지금 반항하는 거야? 대드는 거야?"와 같은 말을 하는 '연장자, 혹은 상사'는 너무 많다는 말이다.
이건 명백하게 윗사람이 잘못하는 것이다. 이런 말의 속성은 '메시지를 깔 수 없으면, 메신저를 깐다'는 비겁한 정치 술수의 한 단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잘못은 자기가 해 놓고, 상대의 논리를 깨부술 만한 말이 없자, 그 말 하는 상대를 '윤리나 도덕'등을 동원해 까는 것은 윗사람이라면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짓일뿐이다.
정 뒤에 업무가 따른다.
한국 사람의 협동에는 반드시 '정'이라는 개념이 개입되어 있다. "내가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라는 개념과 매우 비슷하다. 서로 간에 애정이 없으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개념이다.
아무리 '이기심'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이라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양보와 타협' 없이는 잘 굴러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건조한 법칙과 규칙만으로는 특정할 수 없는 '현실 상황"이란 언제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회사는 어떨까? 나는 미국 회사에 17년이나 다녔다. 거기서 보면, 그들은 정해진 규칙을 우리보다 훨씬 더 잘 지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경우, 어떤 엄마가 어린 자녀를 퇴원 시키기 위해 잔업을 거부하면 바로 '해고'해 버린다. 미국은 '해고 사유'에 대한 규정이 매우 느슨하기 때문에 '해고와 고용'이 우리보다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다. 그런 면에서 아무도 규칙을 어긴 것이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거기에 동의할 수 있을까??
경계는 내가 정한다
규칙을 정교하게 만드는 것과 그것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어디까지가 근성이고 어디부터가 굴종이고, 어느 것이 학대이고 어느 것이 정당한 업무지시 인지는 결국 '내'가 혹은 내가 느끼는 감정이 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하급자라면 부정적인 감정이나 느낌을 가졌다고 해도 '표현'을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정당해도 말하는 것에는 '추후 보복'을 두려워해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책
첫째는 먼저 정을 쌓는 것이다. 아부라면 아부 일 수도 있는 '살갑게 굴기' 아니면 '기념일 챙기기' 혹은 '작은 선물하기' 등을 통해 서로 간의 인간적인 간격을 먼저 줄이면, 마찰은 훨씬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하면 그런 일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회사는 일만 하는 곳'이기 때문에 나는 업무만 하면 되지 왜 그런 것까지 해야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대체로 이런 사람들의 업무성과 혹은 효율은 매우 낮다. 왜냐하면 아무의 도움도 못 받기 때문이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빨리 정리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다른 면으로는 '윗사람'이 먼저 그렇게 '정'을 쌓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맞다 그래도 된다. 그러나 아랫사람에게 상사란 한 명이지만, 윗사람에게 아랫사람이란 대부분 여러 명이기 때문에 '수행'상 더 어려운 점이 일단 있고, 또 일이란 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것'이 맞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한다. "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 아무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스스로 받아 들여야 한다.
둘째는 '이직'을 고민해 보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비위를 맞추려고 해도, 영 돌처럼 굳어서 풀리지 않거나, 풀려서 나름 부드럽게 돌아가기는 하지만, 내 성정과 너무 안 맞으면서, 기질적으로 계속 거부감이 든다면, 너무 억지로 맞출 필요까지는 없다. 동료가 가족은 아니다. 세상에 직장은 많고, 또 좋은 상사도 얼마든지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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